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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빗속의 밀밭(1889)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김수영, "비"(1958) 일부>

[물 새] 

 

여름 바다 보다

겨울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건

바다는 그리움이어서 그런가 보다

영원히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눈먼 자유

 

내 곁에 내려와 넘실대는 하늘

내 안에서 나만큼 낮아지는 저항 못 할 부름이건만

그 푸르름에 몸 맡기고 익사할 용기 없어 여태

더듬거리고 머뭇거리며 마지막을 유보하고 있다

 

오늘도 산산조각 난 땅 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 끝에서

이내 지워질 편지만 터벅터벅 남기며

아쉬워 아쉬워 돌아보는 물새가 된 나

 

080103 bhlee

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