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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빗속의 밀밭 | 2024.07.30
물새 | 2024.07.30 명사산 추억 - 나태주 | 2024.07.23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딥니다 | 2024.07.22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기형도 | 2024.07.16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 2024.07.15 꽃잎- 도종환 | 2024.07.15 받아쓰다 - 김용택 | 2024.07.02 반 고흐, 빗속의 밀밭(1889)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김수영, "비"(1958) 일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물 새]
여름 바다 보다 겨울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건 바다는 그리움이어서 그런가 보다 영원히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눈먼 자유
내 곁에 내려와 넘실대는 하늘 내 안에서 나만큼 낮아지는 저항 못 할 부름이건만 그 푸르름에 몸 맡기고 익사할 용기 없어 여태 더듬거리고 머뭇거리며 마지막을 유보하고 있다
오늘도 산산조각 난 땅 끝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 끝에서 이내 지워질 편지만 터벅터벅 남기며 아쉬워 아쉬워 돌아보는 물새가 된 나
080103 bhlee MP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명사산 추억 - 나태주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photo by bhlee
07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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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기형도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 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형도, 메모(1988.11)/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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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를 쓴 몇달 후 1989년 3월 그는 뇌졸중으로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갔다.
겨우 만 29세. 아까운 사람. 아까운 천재.
그는 "또 다른 세상," 그가 견딜 수 있는 날씨가 있는 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몄을까.
하고 싶은 말이 그곳에서도 공중에 흩어졌을까? 그 곳은 어디일까.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魂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꽃잎 - 도종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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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라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낯 들었다"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 장독을 덮고 들에 나갔다. 평생 바다를 보지 못했어도 아침저녁 못자리에 드는 볍씨를 보고 조금과 사리를 알았다. 감잎에 떨어지는 소낙비, 밤에 우는 소쩍새, 새벽하늘 구석의 조각달, 달무리 속에 갇힌 보름달, 하얗게 뒤집어지는 참나무 잎, 서산머리의 샛별이 글자였다. 난관에 처할 때마다 어머니는 살다가보면 무슨 수가 난다고 했다. 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가 얼마나 많은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 했다. 어머니는 해와 달이, 별과 바람이 시키는 일을 알고 그것들이 하는 말을 땅에 받아 적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았다.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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