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부르기 - 마종기
우리는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가 되어 사람들은 제 이름 석자 무엇이 부끄러워, 아니 두려워 어둠에 감추고 익명의 존재들이 되었을까. 그래서 같은 가지에서 서로를 불러도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함께 있어도 각자 혼자가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어떤 이름으로 서로를 불러야 할까? 020214
나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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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hotos by bhlee 102419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 이형기 -----------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약속을 한 사람의 몫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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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 일상의 재발견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요? 그것도 매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의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여기 이렇게 살아 있지. 아마도 계속 살아갈 거야. 내 사랑, 아가씨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겠지만 난 살려고 태어난 것 아니겠어.
외치는 내 소리 당신이 듣게 될지도 모르고 우는 내 모습 당신이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나 죽는 걸 보게 되는 일은, 사랑하는 아가씨, 앞으로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 포도주처럼 멋진 거야!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 - 랭스턴 휴즈,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Life is Fine〉 중에서
시의 주인공(시적 화자)은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명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죽음만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지요. 간혹 울어버릴 수도 있고 소리 지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결코 죽지는 않겠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Life is fine”이라고. 나는 이 Life라는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모두들 번역한 대로 “인생”으로 번역하고 보니 시인의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생이 고통스러워서 죽음까지 생각한 사람이, 살면서 다시 울어버릴 수도 있고 소리 지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갑자기 인생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포도주와 같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삶이 고달플지라도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좋은 거야)”라고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꼭 극적이어야 멋진 인생일까?
미국의 극작가 손턴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우리 마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의미 있게 보여줍니다. 즉 사람들이 태어나고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죽음을 맞이하며 그 죽은 자들이 또 산자들을 바라보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극입니다. 이 작품을 읽은 후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아무런 ‘극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이 지루하다고 말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좀 더 ‘극적’이기를 기대하는 우리에게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를 그린 극은 지루하고 무의미하며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극중에서 에밀리는 다릅니다. 세상을 떠난 그는 단 하루만이라도 이 세상에 다시 돌아와 자신의 생을, 평범했던 열두살의 생일 하루만이라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다시 살게 된 그 하루 동안 엄마와 가족과 이웃의 말 한마디, 엄마가 아끼는 꽃 한 송이,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하루의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뒤늦게 깨달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아, 너는 인간들이 깨닫기엔 너무도 멋진 곳이구나.”
그리고는 극중 스테이지 매니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살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것도 매순간순간을요.”
그러자 스테이지 매니저가 대답합니다. “아니, 없지. 어쩌면 성자나 시인 중에는 있을지 몰라.”
극 중에서 죽은 자로 나오는 사이먼이라는 인물은 에밀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너도 알았구나. 그게 살아 있다는 거야. 무지의 구름 속을 걸어 다니는 것.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으면서 살아가는 것. 마치 백만 년이라도 살 듯 시간을 낭비하면서 사는 것. 이런 저런 이기적인 열정에 자신을 맡기고 사는 것. 이제는 알겠지. 그게 바로 네가 돌아가고 싶어 했던 삶이라는 것을. 무지와 몽매함. - 손턴 와일더, 《우리 마을Our Town》중에서
극적이고 가슴 뛰는 일들을 기대하느라, 내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날들을 기다리느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면서 살고 있을까요? 작은 일상이 주는 의미와 기쁨과 감사를 얼마나 자주 망각하고 사는지 모릅니다. 작은 일들의 그 우주적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을 향해, 사람들을 향해,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 그저 싸울 태세로 달려듭니다. 절망과 끝없는 경쟁을 되풀이하면서 말입니다.
오늘도 나는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한 후배가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는 순간순간 자신이 물 없는 어항에 갇힌 물고기인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그 끔찍한 순간을 겪다가도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병원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뒤뚱거리며 걸어가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바라보면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프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여요. 기어가는 벌레 하나도 너무 소중하고, 그 생명력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겠어요.” 그런데 벌레는 알까요? 거대한 존재들 틈에서 무심코 밟히기라도 하면 이내 사라지고 말 자신의 운명이 절망스러울 때, 힘겹게 온몸으로 기어 다녀야 하는 그 삶이 부질없게 느껴질 때, 세상의 누군가는 자신을 지켜보며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를 벌레처럼 작고 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알까요? 내가 살아서 존재하는 그 자체가 포도주처럼 더 없이 멋진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고통스럽기만 한 몇 년간의 암 치료 과정을 거치면서 그 후배는 오히려 감사함을 배우고 행복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암이 완치되고 나서 다시 교만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다시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되새긴다고 합니다. 후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그동안 잊어버렸던 것들을 떠올리며 나 역시 감사의 마음을 갖습니다. 내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와일더는 “우리는 자신이 가진 보물을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에만 참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보물 1호는 바로 오늘도 내가 살아 있다는 그 사실입니다. 욕심의 키가 커져서 사는 일이 버겁게만 느껴질 때,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봅니다. “살아 있는 건 참 좋은 거야!” 쓸쓸해도 오늘 또 하루 감사해하며 살아 있을 것입니다. 장정일 시인의 말대로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기 때문입니다.
(c)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 카페] 중에서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사랑이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bhlee 역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은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지난 자취가 없었으니까요. (trans./bhlee)
시의 제목을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야할지 그동안 모두들 번역한대로 '가지 못한 길'이라고 해야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시의 내용과 또 마지막 연을 봐도 인생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이므로 그냥 나는 "가지 않은 길"이라고 번역했다. 2018.
---- photo by bhlee8819/at Khuvs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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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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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 문태준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풀잎 소리- 정 호 승 ---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맨드라미에게 부침 - 권대웅>
--------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빈혈이 일어날 만큼 멀리 있는 파란 하늘 말고 너무 바빠서 외롭다 말하니까 누군가 웃었다. 울컥 나는........ 그 말을 도로 주어 삼킨다
091609 MP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새 - 김남조
새는 가련함 아니어도 새는 찬란한 깃털 아니어도 새는 노래 아니여도 무수히 시로 읊어짐 아니어도 심지어 신의 신비한 촛불 따스한 맥박 아니어도
탱크만큼 육중하거나 흉물이거나 무개성하거나 적개심을 유발하거나 하여간에
절대의 한순간 숨겨 지니던 날개를 퍼득여 창공으로 솟아오른다면 이로서 완벽한 새요 여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평안을 위하여] 1995, 서문당)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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