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ㅡ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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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 글보다 사진! 여명인지 노을인지 하얗고 노란 햇빛과 마천루도 왜소하게 만드는 구름과 하늘.

   왼쪽 구름속의 파란 점은 pale blue dot 같아요.
-->답글/Bonghee Lee:    사진은 노을이야.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 없는 놀라운 하늘~ 특히 노을~~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시인의 언어가 없는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하늘”을 찍는 습관을 허망히 내려놓게 되었어.. 

사람들은 언어가 갈 수 없는 곳에 미술이나 음악이 있다하지만 사진으로는 내가 보고 느낀 그 하늘이 담기지 않네.
내가 무슨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전문가도 아니고. 스티글리츠도 아니고!!!! ㅋ

그래도 찍는 이유는 그 벅차던 시간/그 순간/그 느낌을 그래도 떠올리며 기억하고 싶어서인 거지.
그래서 “내가” 기억한, 내가 만난 주관적 "나의 하늘"인 거지^^.

-->답글/ SSA: 선생님의 하늘을 보면서 선생님의 느낌을 공감합니다. 

    스티글리츠의 사진보다 더 공감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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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J: 어머나!! 교수님, 사진이 환상적이에요!!
-->답글/ Bonghee Lee: 하늘이 환상적이니까!!^^ HJ이 잘지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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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 우아....교수님 사진작가도 하세요? 
-->답글/ Bonghee Lee: 긁적. JY님, 예술가는 “하늘” 이죠!!
사진작가라면 오죽 좋겠어요. 하고 싶은거 다 하며 살 수 있다면요^^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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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photo by bhlee0105

 


어스름. 땅거미... 그리고 꿈결

하늘은 항상 땅보다 천천히 어두워진다.

땅 위에 어둠이 덮인 후에도 아직은 바라볼 무엇이
하늘에는 있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나는 밤이면

늘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간이면 떠오르는 노래-
김광석의 <거리에서>

길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뒤돌아선 표지판 앞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먼 길을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길을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길을

얼굴 없는 표지판 앞에서

침묵하는 표지판 앞에서

울음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Trail Rodge Rd. Mt Rocky2004

(사진/글-bhlee)
사진이 없어져서 (늘 내가 모든 자료를 그렇게 잃어버리듯이) 한 제자의 페북에서 가져왔던 거다.
정말 아쉽다. 처음 내가 찍었던 것과 너무 다르고 다 흐려져버린 20년 넘은 사진.

얼굴 없이 돌아선 표지판이 원본과 달리 이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는구나. 
그래 그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지. 그게 길이지.... 
오래되어 낡은 지도처럼.  

오래되어 빛바랜 추억처럼 

"방황한다고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톨킨

 

photo 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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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Sup님: 맞아요, 방황의 길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요.

-->
BHL: 맞습니다 선생님. 길이 열릴거에요.
내가 생각한 내게 간절했던 길이 아니어도 또 열린 다른 길이 ‘나의 길’인 것을 알 수 있는 지혜와
그걸 받아들이고 성실히 걸어가는 성숙함을 올해에 나에게 기대하고자 합니다.
어느날 그 길이 끝나고 돌아보며 감사할 것을 아니까요^^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참 좋은 당신 - 김 용 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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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잘 알려진 시이다.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나는 어떤 사람이 참 좋은가?

늘 환히 웃어주는 자?

누가 늘 환히 웃을까?

 

시인은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ㅡ그는 어둠을 건너온 자라고 말한다. 

그의 웃음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어둠을 아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이다. 
그의 존재가 어둠을 밝히는 깨끗한 빛이다. 
그게 그의 웃음이다. 


어둠을 건너 온 자... 어둠을 아는 자,  그래서 

삶이 끝나는 날까지 수없이 지나야할 어둠의 길목과 터널마다 

그 자신이 빛이 된 사람,

참 좋은 당신. 

[덕담 한마디- 김지하]

 

    새해에는 빛 봐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샘물 넘쳐흘러라
    아이들 싱싱하게 뛰놀고
    동백잎 더욱 푸르러라
    몰아치는 서북풍 속에서도
    온통 벌거벗고 싱그레 웃어라
    뚜벅뚜벅 새벽을 밟고 오는 빛 속에
    내 가슴 사랑으로 가득 차라
    그 사랑 속에
    죽었던 모든 이들 벌떡 일어서고
    시들어가는 모든 목숨들
    나름나름 빛 봐라
    하나같이 똑 하나같이
    생명 넘쳐흘러라
    사방문 활짝 열어제쳐도
    동지 섣달
    어두운 가슴속에서
    빛 봐라
    빛 봐라
    빛 봐라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 이기철

  

나팔꽃 새 움이 모자처럼 볼록하게 흙을 들어 올리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질까 두렵다

어미 새가 벌레를 물고 와 새끼 새의 입에 넣어주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따뜻해질까 두렵다

 

몸에 난 상처가 아물면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저 추운 가지에 매달려 겨울 넘긴 까치집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이 도시의 남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강둑엔 벼룩나물 새 잎이 돋고 동쪽엔 살구꽃이 피고

서쪽엔 초등학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북쪽엔 공장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서문시장 화재에 아직 덜 타고 남은 포목을 안고 나오는 상인의 급한 얼굴을 보면

찔레꽃 같이 얼굴 하얀 이학년이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가는 걸 보면

눈 오는 날 공원의 벤치에 석상처럼 부둥켜안고 있는 가난한 남녀를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세상 여리고 부드러운 것만 사랑한 셈이다

이제 좀 거칠어지자고 다짐한 것도 여러 번, 자고 나면 다시 제 자리에 와 있는 나는

아, 나는 이 세상 하찮은 것이 모두 애인이 될까 두렵다

흙으로 그릇을 빚는데

그 안에 빈자리가 있어

그릇으로 쓰네

- 노자 [도덕경] 11장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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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고 

없음은 쓸모를 위한 것이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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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나씩 비워야하는 시간

비움도 "빚는 일"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