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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 릴케>

 

고독과 외로움은 마치 비와 같아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달려와

오랜 제 처소인 하늘로 올라가서는

그 하늘을 떠날 때야 비로소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뒤엉킨 시간에 고독은 비 되어 내린다

모든 거리마다 새벽을 향해 얼굴을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두 육체가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 등 돌리고 누울 때,

서로 경멸하는 두 사람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만할 때ㅡ

그 시간 고독은 강과 하나 되어 흐른다.

2021.5.31. 

<The Bustle in a House - Emily Dickinson>

The Bustle in a House
The Morning after Death
Is solemnest of industries
Enacted opon Earth –

The Sweeping up the Heart
And putting Love away
We shall not want to use again
Until Eternity –
____
5월의 마지막 날 언니가 떠났다...

엄마 내가 이모 기도하는 데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이라는 찬송이 귀에 들렸어.  엊그제 딸이 또 다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채 말했다. 

사실은 (딸은 전혀 몰랐지만) 그게 울 언니가 제일 좋아하던 찬송가였다.  너무 아파하지말라고, 너무 슬퍼말라고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주는 언니의 메시지 같아서 큰 위로가 되었다. 

너무나 고통스럽게 너무나 급히 떠난 언니.. 코로나로 면회도 불가능하고 2주 격리까지 있어 가볼 수도 없이 멀리서 안타깝고 측은하고 미안하고 보고 싶고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드릴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뉴욕으로 떠나기 전 언니를 만나고 오는 날 유달리 몇달 사이 창백하고 소녀 같이 작아진 언니가 현관 문고리 잡고 배웅하면서 “너마저 가면 난 어쩌냐..” 하셨던 게 내내 가슴에 걸리고 맘이 아팠었다. 늘 다녀오는 여행이었는데 왜 이번에는 그런 말을 하셨는지... "언니 가긴... 곧 돌아올거야.  늘 그랬잖아... 식사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오늘 길이 왜 그리 무겁고 안쓰럽고 불안하던지... 

바로 지난 주에도 보내 드린 우리 아가 사진들 보면서 너무 좋아서 까꿍까꿍하고 난리가 났다고 전해들었는데. 그래서 또 맘이 짠 했는데... 몇일사이 손도 쓸 수 없이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하고 저혈압 패혈증 투석 또 2차 수술 시도... 대체 그리 괴사가 된 몸을 어찌 견디며 지내신 것일까... 너무 불쌍하고 딱하고 미안하고 .... 

언니가 중환자실에서 그리 쓸쓸히 홀로 가셨지만  결코 "홀로"가 아니었을거라고, 
주님의 임재를 느끼며 베드로처럼 “주여 여기가 좋아오니...”하며 고통스런 이 땅에서의 삶을 다 내려놓고 평안히 눈부신 빛속에 안겨 가셨으리라 믿고 감사한다.  
하느님이 언니를 더이상 고통속에 두지 않으시려고 딱해서 얼른 안고 가셨을거라고.... 혼자가 아니었을거라고...  
쓸쓸하고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았을거라고... 
언니는 가서 아버지 엄마 큰언니 큰오빠 모두 만났을거라고.......  그리 믿으면서도 왜 이리 아프고 슬플까. 

그래... 상실의 아픔과 슬픔 그리움 미안함 회한... 그 모든 것은 남겨진 자가 짊어질 사랑의 대가이며 감사히 지니며 살아갈 선물이다. 

https://journaltherapy.tistory.com/2454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