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김남조 

 

새는 가련함 아니어도 

새는 찬란한 깃털 아니어도 

새는 노래 아니여도

무수히 시로 읊어짐 아니어도

심지어

신의 신비한 촛불

따스한 맥박 아니어도

 

탱크만큼 육중하거나

흉물이거나

무개성하거나

적개심을 유발하거나 하여간에

 

절대의 한순간

숨겨 지니던 날개를 퍼득여

창공으로 솟아오른다면

이로서 완벽한 새요

여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평안을 위하여] 1995, 서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