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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bert, Mille cherubini in coro ( Sop. Renata Tebaldi )/

슈베르트-천사들의 노래 (1000명의 천사들의 합창)-레나타 테발디 

테발디가 부른 이 곡 중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연주를 찾았다! 

몇십 년 전 까마득한 어린 시절 테발디의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호수에 작은 나뭇잎이 떨어져 일으키는 물살 같던 그 전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언제 들어도 좋다.  

특히 자장가로 이어지기 전 부분이 정말 너무나 좋다.
 
Mille cherubini in coro        A choir of a thousand cherubs
Ti sorridono dal ciel            Smiles on you from the sky
Una dolce canzone              A sweet song
T'accarezza il crin                Caresses your brow
Una man ti guida lieve      A hand is gently guiding you
Fra le nuvole d'or                Through the clouds of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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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합창단이
하늘에서 너에게 미소 짓고
달콤한 노래가
너의 이마를 쓰다듬네.
금빛 구름 사이로
부드럽게 너를 인도하는 한 손길--
 
삶이 힘겨운 어떤 제자 선생님의 근황을 듣고 이 노래를 보내보았다. 
힘겨울 때 그 손길을 느끼며 잠시라도 평안하게 쉼을 얻으시길 바라며.... 
 

https://youtu.be/L2OwbLAM43g?si=Ht2iPFGoQf9Vldm5

 

바람의 집 – 겨울 판화(版畫) -기형도(1960~1989)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깍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1989년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