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agall-Solitude(1933)/here for therapeutic purposes only
깊은 생각에 잠긴 채, 탈리스를 두른 나이를 알 수 없는 수염 난 유대인이 풀밭에 앉아 있다. 왼손에 들고 있는 토라 두루마리는 펼치지 않은 채. 어쩌면 그의 조상들의 종교적 전통과 유산은 그의 비참함에 아무런 위안도 치유도 되지 않는 듯하다.
그 옆에 누워 있는 슬프고 순한 눈을 한 암소는 외로운 주인을 위해 음악이라도 연주하려는 것일까? 어떤 이는 이 장면이 호세아의 말을 상기시킨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뒤로 미끄러지는 암소처럼 뒤로 미끄러진다."(호세아 4:16) 이들은 디아스포라의 유대인들, 샤갈의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 노인은 미래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세상을 떠도는 영원한 방랑자 유대인, 아하스베루스(Ahasverus)로 보인다. 그래도 부드러운 애정이 느껴지는 저 멀리 보이는 시골마을도 그 지평선 너머에서 검은 폭풍우 구름이 모여들고 있고, 그 어둠이 빛에 둘러싸인 하늘의 천사마저 위협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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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sverus는 "방랑하는 유대인"으로 알려져있는 전설 속 인물이다.
13세기 전설에 의하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 골고다로 가는 고통스런 길에서 그를 조롱했던 (혹은 찔렀던) 사람으로 재림 때까지 영원히 떠돌며 살도록 저주를 받았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