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hlee


창문 밖, 사막, 바라보고 있다
내세의 모래 언덕들, 전생처럼 불어가는 모래의 바람
창가에서 이십 년쯤 만났던 노래를 들으며
찻잔을 훌쩍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한때는 그것들이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그것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먹여 키웠는지 이제 안다
그 슬픔들은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러나 대책없는 픽션이었고 연결되지 않는 숏 스토리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저 창 밖 풍경, 저 불모를 지탱해주는 눈먼 하늘의 흰자위
저 무한으로 번져가는 무색 투명에 기대고 싶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사스-최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