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을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 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 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목련 -류시화 ]
ㅡ------------------------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도 삶의 허무를 키웠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열정을 다 해 산다고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열정의 불꽃 한가운데에는 타지 않는 차가운 파란 허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나도 일찍부터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