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