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 끝에 -박재삼

  막바지 뙤약볕 속
  한창 매미 울음은
  한여름 무더위를 그 절정까지 올려놓고는
  이렇게 다시 조용할 수 있는가,
  지금은 아무 기척도 없이
  정적(靜寂)의 소리인 듯 쟁쟁쟁
  천지가 하는 별의별
  희한한 그늘의 소리에
  멍청히 빨려들게 하구나.

  사랑도 어쩌면
  그와 같은 것인가
  소나기처럼 숨이 차게
  정수리부터 목물로 들이 붓더니
  얼마 후에는
  그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맑은 구름만 눈이 부시게
  하늘 위에 펼치기만 하노니.

   - [울음이 타는 가을 강] (1987, 미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