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종일 비 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대부분의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죽인 돌의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
창밖으로 늘 새들이 하는 말이 들리는 집이 참 감사하다. 새들의 이야기가 늘 똑같지 않아서 더 그렇다. 이해하지 못해도 느끼는 그들의 지저귐.
내가 정말 좋아하는 K. 맨스필드는 “카나리아 새”라는 단편소설에서
새의 노래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지.
자신이 언어를 찾지 못한 이야기,
부인할 수 없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카나리아 새는 노래하고 있다고.
언제부터였을까? 비 오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늘 비를 맞는 새가 생각났었다.
갑자기 뚝! 기온이 떨어진 비 오는 날~
새들의 어제와 다른 이야기를 듣는다. 아니... 듣기보다 느낀다는 말이 맞겠지. 모든 언어가 참 불완전하고 부질없다고 느낄 때면 더 그렇다.
사람사이에 이해하기보다 함께 느끼며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할 때, 말이 너무 쉽고 빠른 세상을 느리게 걷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된 기분일 때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