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봄의 소리1969(치료/교육목적으로 이곳에서만 사용되었음)

--나는 간혹, 수화 김환기의 별처럼 많은 점을 찍고 선을 긋는 행위가 별이 가득찬 어느 우주공간을 끝도 없이 유영하면서 지금도 반복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생전에 수화는 말했었다.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별들과 함께 있기에…." 그의 이 말은 지금도 아직 유효한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이흥우 1993)

--김환기 선생의 봄의 소리는 1969년에 그린 뉴욕 시기의 대표작 중 한점이다. 수없이 빛나는 블루빛의 별들은 김환기 선생의 별들은그분의  마음속에 빛나는 별빛이다. 수많은 별빛이다. 그 수많은 꿈을 별빛에 담아 그린 이 작품을 떠올리며 화가들이 그린 꿈을 생각하는 하루, 감사하는 하루, 꿈을 이루는 성취하는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 오정엽의 미술이야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을 담아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 나간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년).
김환기가 뉴욕의 화실에서 끝도 없이 찍어간 점과 선 (쿠르티옹이 '청색의 소용돌이요, 입자들의 교향악'이라고도 말한), 무한히 반복되며 찍어지는 동양적인 필촉감의 점들과 그어지는 선, 그것은 모든 현상(萬象)이 하나의 유전인자 같은 최소한의 단위나, 궁극의 원리(동양의 性理學의 경우 道, 또는 理氣)로 환원된 것 같은 점과 혹은 선들이다. 그것을 그림이 그려가는 '광대한 파동으로써 전달되는 생명의 전율'이며, 그 생명은 '물과 불이 형제와도 같고 땅과 하늘이 양극의 힘으로 혼합되어 있던 때인 태초의 시간에 최초로 형성된 깊은 곳에서 감지한 생명'(장자크 레베크)이라고, 장자의 혼돈과 같은 말을 한 유럽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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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예전에 큰 감동으로 읽은 서경식의 비공개 글을 내 블로그에서 찾아 읽고 김환기가 끝도 없이 찍어간 점과 선이 생각났다.(8/8/24) 

 

서경식은 고흐의 그림에서 그의 신체와 뗄 수 없이 연결된 관계를 본다. 그림이 그 몸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에 최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여해 점묘로 그린다든가 붓터치를 여려 겹으로 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신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엄청난 힘과 품이 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시간에 그린 그림과 달리 그가 ‘밭을 가는 것처럼’이라고 말한 것처럼 구불구불 굴곡을 만들며 그린 것입니다. 한 번의 ‘구불’마다 생명이 깎인다고 할까요, 깎인 생명이 캔버스 위에 쌓인다고 할까요. 그런 변화는 아를 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생레미 시대에 전면적으로 드러납니다. 죽음에 접근함과 동시에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림 속에 들어가는 것,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화가의 욕구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림하고 관계를 맺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고 싶다는 욕구지요. 한 줄의 선으로 그리면 끝나버릴 것을 점으로 그린다면…….

점을 찍다 보면 시간이 엄청 걸리거든요.


화가가 그림과 관계 맺는 시간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거라고들 합니다. 아웃사이더나 정신병자가 자주 점묘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감각적으로 말입니다. 그런 욕구가 있으면 그림 속에 들어가는 시간을 화면에 쌓아가는 방법을 만들어내게 마련입니다. 화면상에서의 효과도 있습니다만, 시간을 체험하고 싶다는 것이기도 합니다.”(317~319쪽) ㅡ 서경식/[고뇌의 원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