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童顔),

그리고 마스크

 

   
  이탈리아의 작가 피란델로는 『각자 자기방식대로』의 주인공을 통해 "변해 가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워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내 얼굴을 감춘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수치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집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늙음이라는 변화를 즉각 인간의 모습에 판화처럼 새겨 넣기 때문이지요.

   또 다른 극의 인물을 통해 피란델로는 늙음은 “인간의 차원으로 축소시킨 고통스런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모를 겁니다. 늙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그 쓰라린 경험을. 기억력이 사라짐에 대한 놀라움보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 때의 경험을. 늙은 육체 속에 젊고 뜨거운 심장을 느낄 때의 그 외설적인 수치심을 당신은 모릅니다."(『내가 다른 사람일 때』)

   육체는 형상입니다. 그러나 그 형상은 무엇이든 삼키는 굶주린 시간의 눈 아래서 변하는 형상입니다. 시간을 멈추기 위해, 정지하기 위해, 피란델로의 인물들은 마스크를 씁니다. 마스크'의 역할연기를 통해 그들의 부끄러운 '얼굴'을 가려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작가의 주인공들은 서글픈 피에로처럼 그로테스크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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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동안(童顔)은 마음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유지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시기와 질투, 허세로 가득한 자기기만의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무리 주름이 없다한들 “어리고 아름답다”고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겉 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날로 새롭다(젊어진다)’고 말한 바울의 당당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나만의 거울 앞에 설 때, 아니, 나 자신의 환상의 거울도 아닌 나의 참 얼굴을 비추는 거울 앞에 설 때, 그 때 그 거울에 비칠 내 후패하지 않은 “얼굴”을 위해 오늘도 깨끗하게 세수하고 단장하고 싶습니다.
(Denver 중앙일보 이봉희 문학칼럼, '내 영혼의 작은 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