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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을 여물게 하시고
따뜻한 이름도 주시어
그것들을 완성되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을 부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은
오랫동안 외로워할 것입니다.
잠 못 들어 책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091706 블로그 생일 첫 시.